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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s, Crumbs, and Particles
2025.02.26 - 2025.03.04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94
seojinartspace.com
매일 11:00 ~ 18:00 / 휴관: 2025.03.03 (월)
Foreword: 파편, 부스러기, 그리고 입자
박소호
# 허공 속으로
우리는 일인칭 시점을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부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정체성은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지속적으로 고정되기를 시도한다. 국적, 성별, 나이, 그리고 다양한 역할의 이름으로 불리면서 나날이 새로운 명칭들이 우리 각자에게 부여된다.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개인을 특정하는 주민번호와 전화번호, 더불어 여러 방면으로 덫씌어지는 별칭은 우리의 모습을 고정된 실체로 봉인하게 한다. 더욱이 우리는 탄생과 죽음, 시작과 끝 사이의 시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직 우리가 남긴 외형, 기록, 단서들만이 아주 잠시 이 세계에 머무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입자는 고립되지 않는다. 입자는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면서 유기체의 세계관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의 이름과 의미를 순환한다. 물리학의 관점에서 이 입자는 다른 입자와 충돌하고 힘을 교환하며 존재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이 입자의 구조와 조직은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 흩어지고 분산된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 혹은, 우발적인 사건 사고로 인해 우리의 몸이 부서지고 사라지게 되면, 입자는 다양한 형태로 물리 세계에 귀속된다. 하지만, 그것들로 구성된 지금 여기의 나, 즉, 일인칭 자아는 소멸되어 사라진다. 마치 없었던 존재인 듯, 우리의 기억은 세계와 분리되어 허공으로 돌아간다.
# 확장되는 눈
작가 이다다는 다소 긴 시간 동안 물리학의 연구 과정을 경험해 왔다. 하지만,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끝에서 항상 돌아오는 답은 허무와 상실의 종착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죽음 이후에 드러나는 상실의 허공, 그리고 살아있는 시간에 얽힌 복잡하고 어지러운 과정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 개인에게 부여된 눈과 시선은 매우 한정적이다. 반면에 물리학의 눈은 많은 대체재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시점을 넘어서는 렌즈는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넘나들게 하고, 숫자로 이루어진 수많은 수식과 계산은 미궁으로 여겨왔던 난제를 해결하여 일인칭의 눈이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드러나게 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개인에게 부여된 하나의 시점과 물리 세계를 바라보는 확장된 시점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가 체험하는 몸과 절대적인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물리 세계의 구조를 이미지로 구현하는 것에 몰두하고 집중한다.
그가 이렇게 그려낸 장면들은 어린 시절의 상상화처럼 다양한 종류의 패턴과 조직들로 이루어진 미래도시의 경관과 유사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하학적인 조형의 목적지는 뚜렷하지 않다. 그 어디에도 도시를 구성하는 단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눈에 담긴 프레임, 유사한 사물과 유사한 구조가 화면 위를 유영할 뿐이다. 이들은 표면에 패턴을 만들어낸다. 때로는 폐허의 현장이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의도적인 폐허가 아니다. 모두 우발적으로 연결되고 이어지는 우연의 집합이며, 외부와 내부, 생과 사처럼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세계관이 아니다. 이곳은 타자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지 않는, 구분하고 구별하는 고정된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 장소이다. 그렇기에 허망하고 공허한 상실과 소멸도 없다. 이곳은 그저 작가가 물리학의 눈을 통해 바라본 미시와 거시 세계를 가로지르는 시스템의 단서로 구성된 공간이다. 질문과 정답으로 이루어진 수식의 세계관이 아니라, 한정된 시야와 확장된 눈이 교차하여 열어내는 껍질 안의 모습이다. 이곳은 끊임없이 연결되고 연장되어 서로를 견고하게 지탱하는,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공간이다.
# 부스러기들.
피부에서 떨어져 나오는 각질, 하루에도 수없이 부서지는 세포, 그리고 마음속에서 사라져가는 기억의 조각들. 부스러기들은 우리의 소멸을 예고하는 신호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파편들은 단순한 잔여물이 아니다. 그것들은 여전히 세계 속에서 떠다니며 새로운 형태로 결합하고 재구성된다. 우리의 손끝에서 흘러내린 작은 부스러기 하나가 어딘가에 내려앉아 또 다른 생명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부유하는 물체들은 자신들의 기원을 잊은 채 공간을 떠돈다. 여름날 따사로운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처럼, 우리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길 위를 떠돈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부스러기들의 무의미함에 좌절하지만, 실상 그것들은 우리를 증명하는 단서다. 그리고 그 단서들은 우리를 잊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세계의 일부로 남는다. 부스러기들은 필연적으로 어디에선가 존재했을 순간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한때 숨 쉬었던 방, 스쳐 지나간 거리, 손길이 닿았던 사물들. 그것들은 우리의 존재를 반추하며 항상성의 안쪽, 혹은 그 너머에 대한 염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 이다다가 재현한 공간은 기능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효율성과 목적을 위해 설계된 구조물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렷한 연결이 있다. 작은 부스러기들이 떠돌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하여 만들어낸 연대와 집합의 공간이 있다. 부서지고, 흩어지고, 다시 이어지며 만들어낸 유기체의 결합. 미시와 거시, 내부와 외부, 시작과 끝의 경계가 상실된 이곳은 하나의 유기적인 리듬과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끊임없이 지속될 수 있는 무한의 상자이다. 나와 타자를 나누는 지금 이곳의 세계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장소이자, 작가가 스스로의 끝과 허무를 잠시 내려둘 수 있는 가장 유연한 땅이다.
Installation Views

(L)
Purple / 53.0×72.7cm / Acrylic on canvas / 2025
(R)
Chunks 003 / 53.0×72.7cm / Acrylic on canvas / 2025
Chunks 002 / 53.0×72.7cm / Acrylic on canvas / 2025
Power Plant / 60.6×50.0cm / Acrylic on canvas / 2025
Rift 01, Rift 02 / 53.0×72.7cm / Digital print / 2024
Searching for Neo 01-03 / 53.0×72.7cm / Digital print / 2024